[한경비즈니스 2005]
박재현
휴먼컨설팅그룹 대표파트너 jaypark@e-hcg.com약력 : 1965년 전주 출생. 89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현대자동차 할부금융팀 입사. 92년 보람은행 인사부. 96년 타워스페린 컨설턴트. 2000년 왓슨와이어트 프로젝트 매니저. 2001년 휴먼컨설팅그룹 대표파트너(현)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경영상 가장 심각한 애로사항이 뭐냐고 물어보면 과반수는 반드시 ‘인재 확보ㆍ유지’ 이슈를 꺼낸다. 인재확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인사부문에도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라고 권해왔다. 한때 ‘매스마케팅’이 통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후에 특정한 목표 고객집단에 집중하는 ‘타깃마케팅’이니 ‘틈새마케팅’ 등의 기법들이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인터넷이 생활화가 된 최근에는 상품과 서비스 제공자, 고객이 직접 연결돼 일대일 관계 형성을 기반으로 하는 ‘개별마케팅’이 일반화되고 있다.
매스마케팅 시대의 고객은 이름도 개성도 없는 존재, 즉 대중일 뿐이었다. 만들면 팔리는 논리 외에는 통하지 않았기에 기업은 자기 편한 식으로 팔았다. 기업들은 자사 고객이 누구인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고객은 다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덕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늘날 고객은 자신의 개성이 존중되길 바라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기업이 ‘알아서’ 해주길 원한다. 기업 내의 모든 마케팅 프로세스도 구조적으로 고객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누가 먼저 어떻게 고객과 개별적인 관계를 확립하느냐에 따라 기업 마케팅 전략의 승패가 갈린다.
마케팅분야의 새로운 경향들은 인사부문에도 적용돼야 한다. 마케팅분야에서 고객들의 취향이 다양하고 복잡하게 달라진 것처럼 인사부문에서도 사내직원들이나 기업 밖에 있는 잠재직원, 즉 외부인재들도 그 가치관과 요구 수준이 무척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직원들의 가치관 변화에 발맞춰 인사관리의 초점도 집단급식에서 뷔페식단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 포트폴리오(Talent Portfolio)를 구성하고 있는 각 인재 유형별로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체계가 도입돼야 한다. 임원, 관리자, 전문인력, 그리고 일반직원 등이 선호하는 인사 서비스의 내용이 다르며, 직군 또는 직무별로도 선호체계가 다르다. 예를 들면 관리자에게는 경쟁력 있는 급여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과 리더십 배양을 통한 경력기회 제공이, 전문인력에 대해서는 전문성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과 도전적인 직무기회 제공이 차별적인 가치가 될 수 있다. 고성과자와 중성과자, 그리고 저성과자에 대해서도 차별적인 가치제공이 필요하다. 이렇듯 고객중심적 인사관리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전통적ㆍ획일적인 인사체계에서 탈피해 인재유형에 따라 채용, 평가, 보상, 경력개발의 원칙이 다르게 설정되고 적용되는 차별적인 인사제도가 수립돼야 한다.
인재유형별 차별적인 인사관리의 종착점은 마케팅분야에서의 ‘개별마케팅’과 마찬가지로 개별적인 인사관리(Individualized HRM)다. 개별적인 인사관리를 위해서는 인재유형별 차별적인 인사제도를 근간으로 인재 개별적인 육성논의ㆍ관리 프로그램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현대 인사관리의 가장 모범적인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GE의 경우 개별적인 핵심인재를 육성ㆍ관리하는 조직을 운영하면서 이를 승진, 평가, 보상 및 교육훈련 등 전체 인사시스템의 근간으로 활용한다. 개별적인 인사관리는 과거와 같은 중앙집중식 인사운영체계로는 실행하기 어렵다. 고객(직원)과의 접점으로부터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주체까지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사관리 전반의 기능과 의결권이 각 고객(직원)접점, 또는 사업현장이 될 필요가 있다. 고객(직원)과의 접점에 선 라인 관리자들이 필요한 의사결정을 수행하도록 인사권을 분산하고 그들이 이른바 내부고객 관리자(Employee Relationship Manager)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사에서 고객은 바로 직원이다. 직원을 고객으로 인식한다면 경영자, 라인 관리자, 그리고 인사부는 회사와 마케팅부로 치환해 볼 수 있다. 어떻게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할 것인가란 문제는 어떻게 해당 기업을 최고의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들어서 고객, 즉 직원들에게 구매의욕(선택)이 생기게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로 바꿔 생각할 때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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